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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지천태(地天泰) 2008. 1. 29.

by 무소뿔 2008. 1. 29.

1월 29일 화요일, 음력 12월 22일 丁亥년 癸丑월 戊辰 일주입니다. 亥년 丑월 추운데 다행히 癸 수가 일간과 합해 火가 되어 나를 생하고 辰 일지는 아쉬운 대로 내 편이니 그나마 버틸만한가요? 괘 짓는 법을 잊어버릴 만큼 오랜만에 괘를 지었습니다. 요사이 변변한 일을 못 만들어 매가리가 없습니다. 어떻게 1, 2월 일을 하나 만들 수 있을까 해서 물어보았습니다. 아래는 하늘이고 위로 땅이어서 지천태(地天泰) 괘에 6효가 동했습니다.


하늘땅이 뒤집어졌는데 어째서 태평한 泰일까요. 하늘이 위에만 있고 땅이 아래에만 있으면 천지가 사귀지 못하고, 천지가 사귀지 못하면 만물이 나오지 못합니다. 하지만 하늘기운이 내려오고 땅기운이 올라 하늘땅이 사귀어 통하니 泰가 됩니다. 또 내괘는 모두 양이라 군자가 실권을 잡고 세상을 다스리고 외괘는 모두 음이라 소인이 밖으로 물러나니 泰가 된다고 합니다. 이건 특히 단전호흡 하는 사람들은 몸으로 느끼는, 바로 수승화강(水升火降)의 원리이기도 합니다. 대산 선생님은 泰괘와 글자를 사람에 취상해서 설명하시는데, 외괘 곤삼절 괘는 눈, 귀, 콧구멍이 두 개씩 있는 것을 형상한 것이고, 내괘 건삼연 괘는 입, 대, 소변 기관을 상징하는 것으로 풀이하십니다. 사람이 제 모습 그대로를 가지고 있으니 정상적이고 그래서 이것을 사회로 말하면 태평하다는 뜻이랍니다. 괘사를 봅니다.


--하니 하야 하니라.

(泰는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오니 吉하여 형통하다.)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오니 점을 쳐서 이런 괘가 나오면 길하고 형통하답니다. 흠... 일단 괘사는 좋네요. 효사도 좋길 바래보지만 6효라 영... 어쨌든 彖辭는 건너뛰고 象辭를 보겠습니다.


象曰 天地交--하야 財成天地之道하며

(상전에 이르길 하늘과 땅의 사귐이 泰니, 后가 이로써 天地의 道를 재단하여 이루며,)

輔相天地之宜하야 以左右民하나니라.

(天地의 마땅함을 도와 백성을 左하고 右한다.)


여기서는 재물 財를 ‘마름할 재’로, 서로 相을 ‘도울 상’으로 본다고 합니다. 태평한 세상을 만들려면 천지의 도를 잘 마름해서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천지의 마땅함을 보상합니다. 천지의 도는 운행도수나 법칙을 잘 관찰해서 백성에게 씨뿌리고 거두는 일과 어떤 일을 언제 할지 알려준다는 뜻이랍니다. 그리고 천지의 마땅함을 보상한다는 것은 백성이 살 곳을 잘 골라주고 흉년 풍작에 따라 비축한 식량을 나누고 보충한다는 뜻이고요. 천지의 도를 마름하는 것을 체로, 천지의 마땅함을 보상하는 것을 용으로 하고, 왼쪽에 살 백성은 왼쪽에 오른쪽에 살 백성은 오른쪼r에 살게 하면 모두 마땅한 곳에 있으니 백성 모두가 태평을 구가한다는 뜻이랍니다.


잘 아시겠지만 춘추시대 즈음에는 군주가 백성을 통째로 옮겨 살게 하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백성은 곧 나라의 힘이니 전쟁을 하거나 힘으로 다른 나라의 백성을 데려와 자기 나라에 살게 하는 일이 많았다지요. 아마 그런 것을 배경으로 알고 이해하면 좋을 듯 싶습니다. 대산 선생님은 여기서 설명을 하나 더해 주십니다. 돕는다는 것은 사람이 서롭 돕는 것인데(人人相助), 도우려면 왼(左)손으로 돕고 오른(右)손으로 돕는 것이라고 합니다. 인 변(人)에 왼 좌(左)를 하면 도울 좌(佐)가 되고 오른 우(右)를 하면 도울 우(佑)가 됩니다. 따라서 여기의 좌우는 도울 좌(佐)와 도울 우(佑)로, 군주가 백성을 좌우로 돕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역시 대산 선생님이십니다. 동효를 봅니다.


上六城復于隍이라 勿用師-오 自邑告命이니

(상육은 성이 터에 돌아옴이라. 군사를 쓰지 말고 읍으로부터 명을 고할지니)

이라도 하니라.

(바르더라도 인색하다.)


태평한 시대가 끝나고 나라는 혼란에 빠지고 망해가는 모양이네요. 상육이 변하면 간상연 산괘가 되니 산성이 무너져 곤삼절 땅괘는 빈터만 남아 나라가 망한 것이랍니다. 이 지경에서 군사를 일으켜 전쟁으로 해결하는 것은 어리석습니다. 공연히 피만 흘릴 뿐입니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곳은 도읍이고 사람을 다스리는 것은 마음이랍니다. 이렇게 망한 이유를 백성니나 인군이나 서로의 마음 속에서 찾아야 하며 잘못을 고백하고 새롭게 다짐해야 합니다(自邑告命).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설사 바르게 해도 이미 늦어 인색하답니다.


너무 태평을 누려왔나 봅니다. 꾸준히 일거리를 찾아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망한 상태로 계속갈지 새롭게 일을 시작할지도 마음에서 찾아야겠지요. 게으른 삶에 대한 채찍질로 오늘의 괘를 풀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