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 한 괘

지산겸(地山謙)

by 무소뿔 2006. 7. 4.

7월 4일, 음력 6월 9일 丙戌년 甲午월 甲午 일주입니다. 전체적으로 火의 기운이 아주 강한 날인데, 그래서 그런가 비님이 오십니다. 너무 뜨거워 다칠까봐 그럴까요? 음력 6월은 저희 부모님부터 형제들 생일이 몰려 있습니다. 벌써 큰 형님 생일은 지나갔군요. 연락도 못해봤는데... 올해 끝발(?)이 신통하질 않습니다. 점도 잘 안 맞고... 안 맞는 것보다는 바램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컴퓨터로 그냥 괘를 지어봤습니다. 아래는 산 위가 땅 그래서 지산겸(地山謙) 괘이고 5효가 동합니다.


謙괘는 겸손하다는 뜻이지요. 왜 그럴까요? 원래 산은 땅 위에 솟아 있는 것인데 떵 속에 있어 높은 체 하지 않아 겸손하답니다. 3효 양 하나에 모두 음인데, 높은 양이 다섯 음 속에서 겸손하게 처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겸손한 것은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공자께서는 계사전에서 아홉 가지 덕을 얘기하시면서 ‘謙은 덕을 쥐는 자루(謙德之柄也)’고 하십니다.


하니 君子-有終이니라.

(謙은 형통하니 군자가 마침이 있다.)


謙괘의 주효는 3효 양을 말합니다. 상육을 가리니 외호괘가 진하연 우레가 되어 앞이 탁 트인 형국이라 형통합니다. 형통할 뿐 아니라 유종의 미가 있다고 하네요.


대산 선생이 쓰신 예를 봅니다. 퇴계 선생이 위중하여 제자들이 점을 쳤는데, 이 謙괘가 나왔다고 합니다. 퇴계 선생은 해동주자로 칭송받던 분이요 군자이시니 유종이 나오니 돌아가시는 괘로 풀이를 했답니다. 재미있는 건 어떤 이가 자신의 아버지 병에 대해 점을 쳤는데 이 謙괘가 나왔는데 오히려 병이 나았다고 합니다. 이거 참... 어떤 이는 살고 어떤 이는 죽고... 이렇듯 점괘를 얻는 사람의 정신과 풀이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른 게 점이라고 합니다.


六五不富以其鄰이니 利用侵伐이니 无不利하리라.

(육오는 부하지 않고 그 이웃으로 함이니, 써 침벌함이 이로우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덜 부)多益寡하야 稱物平施하나니라.

(많은 것을 덜어서 적은 데에 더해 물건을 저울질하여 베품을 고르게 한다.)

뜻이 어렵지 않네요. 이렇듯 정치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육오는 인군의 자리입니다. 비록 음이 양자리에 있어 바르지 못하지만 중을 얻고 지존의 자리에서 나라를 다스립니다. 이 인군이 정치를 잘 하려면 혼자만 부(富)하려 하지 말고 골고루 나누어 주라(以其鄰)는 뜻이랍니다. 또 양은 실하지만 음은 허하니 不富가 나온다고 합니다. 이렇게 나를 비우면서 나라를 다스리는데 복종하지 않는 이가 있으면 정벌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혼자 獨富하지 않고 백성에게 나누어주고 복종하지 않는 이는 쳐서 정벌하니 이롭다고 합니다.


인군의 자리가 아닌데 어떻게 풀이하면 좋을까요... 뭘 어떻게 비워서 같이 사는 이들과 함께 나눌까요... 그렇다고 입찰 같은 경쟁에서 다른 이에게 양보할 수도 없고요. 모든 관심이 회사 일에 있으니 다른 것과 연결지어 생각하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금주에 pt도 있고 다음주까지 제안서도 써야 합니다. 그 준비를 위해 별로 가진 건 없지만 모든 자료와 관계를 털어 공개하고 그 마음으로 pt와 제안서 쓰는 작업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진행해야겠습니다. 비님이 오십니다. 뜨거운 불길을 달래는 비님의 마음처럼 시험공부 하느라 밤을 새운 아이가 별탈 없이 시험 치르고 며칠 푹 쉬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