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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서 일하며

예천 삼강주막

by 무소뿔 2009. 12. 17.
안동에서 문경 쪽으로 가다보면 문경 산양교 직전에서 삼강주막이라는 푯말이 보인다. 산양면사무소가 있는 동네를 지나 철길을 지나 59번 도로를 타고 10여 분 가면 삼강마을 속 삼강주막이 나온다. 예천에서 의욕적으로 만든 주막인데 그 간 가본다 가본다 못 가더니 2009년 12월에야 비로소 가본다.

어딜 다니려면 역시 혼자가 좋다. 몸이 가벼우니 움직이기도 좋다.

마을이 첫눈에 정갈하게 꾸며놓은 것이 최근에 단장한 듯 싶다. 민속체험도 할 수 있고 여러 문화체험이 있는 듯한데 마을은 다음을 기약하고 주막만 잠시 들렀다.

어째서 삼강일까? 유래 정도는 알고 가야 보람찬 하루다.

동쪽에서 낙동강, 동북에서 내성천, 서북에서 금성천(산양천) 셋이 만나는 길이라 그렇단다. 호~ 대단하군. 물이 셋이나 만나다니. 양평에 두물머리가 있고 예천에는 삼강이 있네.

붉은 원 표시가 회룡포다. 내성천이 회룡포를 보자기 싸듯 감아 휘돌아 흘러 삼강마을로 오는 게 보이고, 오른 쪽 좀 작은 물길이 낙동강이란다. 글쎄... 크기를 보면 내성천이야말로 낙동강처럼 같이 보이는데, 암튼...
그리고 왼편 윗쪽으로 작은 냇물이 아마도 산양천인가 보다. 이렇게 세 물길이 한 데 어우러져 삼강을 이루어 서남쪽으로 흐른다. 대충 보아도 비옥한 토양에 물산이 풍부해보이고, 이 물길 위로 다리를 놓았으니 아래쪽에서 서울방향으로 가는 교통의 요지였으리라.

그림으로 뽕(?)을 뽑아보자. 예천 관광지도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그림보다 이해가 한층 쉽다.

이 다리가 바로 삼강을 가로지르는 삼강교? 오른쪽으로 내성천 물길이 살짝 보이고 오른쪽은 낙동강.

삼강나루터

삼강주막. 지금은 그냥 객실(?)로만 사용하고 있는데, 저래뵈도 방이 3개나 되는 것 같다. 아담한 방마다 연인, 친구들이 모여 있다.

예천 삼강주막.
삼강주막은 삼강나루의 나들이객에게 허기를 면하게 해주고 보부상들의 숙식처로, 때론 시인 묵객들의 유상처로 이용된 건물이다.
1900년 경에 지은 이 주막은 규모는 작지만 그 기능에 충실한 집약적 평편구성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어 건축역사 자료로서 희소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옛 시대상을 읽을 수 있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의의를 간직하고 있다.


낙동강 쪽으로 더 가서 나루터 쪽으로 바라본 주막.

삼강주막. 아마도 이 건물이 대표 건물인 듯. 오른쪽에는 수령이 400년인지 300년인지 암튼 오래된 수호목이 서 있고.

주방 건물 쪽에서 바라본 오리지널 삼강주막. 뭐 확실하진 않고 그런 것 같다.

이 건물은 주방 겸 객실로 쓰고 있더군. 원래는 보부상.사공의 숙소였다고. 한양으로 통하는 길목에 물류 이동이 아주 활발하였다고 한다. 뭐 이러쿵 저러쿵 쓸 것 없이 걍 사진으로 보자.

보부상. 사공 숙소
원래 이곳에는 1900년대에 지은 보부상 숙소와 사공 숙소가 있었다. 당시 삼강은 한양으로 통하는 길목으로 물류이동이 아주 활발하였다.
언제나 보부상과 길손들이 이어졌고, 장날이면 나룻배가 30여 차례나 오갈 만큼 분주했다. 밤이 되면 낯모르는 사람들이 호롱불에 둘러앉아 야담을 나누면서 잠을 청하던 곳이 보부상 숙소이며, 옆에 있는 작은 오두막은 길손을 위해 기꺼이 노를 잡았던 사공이 기거하던 곳이다.
당신 건물은 1934년(갑술년) 대홍수로 모두 멸실되었으나, 마을 어른들의 증언과 고증을 바탕으로 2008년 복원하였다.
 
아마도 옛날 보부상 숙소(?). 지금은 이렇게 부엌과 손님 접대하는 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돈을 미리 내고 음식을 직접 가져가서 먹는 방식이다. 요즘말로 셀프. 다 먹고 난 그릇도 역시 셀프. 주방 오른쪽에 시인 정재삼의 글을 써 붙였고 왼쪽은 차림표이다. 값이 저렴하고 맛도 있는 듯. 나중에 동무들과 함께 와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싶다.

그냥 가긴 서운하고 칼국수 한 그릇 말아달라니 그 모양이 이렇다. 주막 오기 전 가득 채운 밥주머니에 이걸 또 넣으려니 갑갑하기도 했지만 먹어보니 맛이 제법이다. 이거 보는 사람들한테는 강력추천이다. 값은 3000원.

할머니 나오시는 저 방에서 혼자 먹었다. 벽엔 대학가 허름한 식당처럼 온갖 낙서와 사연이 절절히 써있다. 요즘말로 인문콘텐츠다. 저런 거 모아 사이트 하나 만들면 재밌어 할텐데. 낙서 구경하며 국수 먹는데 중년 부부가 두부에 막걸리에 간단한 전을 들고 와 합방을 하잔다. 아모 생각 없이 몇 줄 더 먹다가 그만 왔다. 그 양반들 탁주 한 잔 나눠먹지 걍 아무말 없이 먹기만 하더라. 쩝...

이건 뭔가... 사공 숙소?

다시 한 바퀴 돌아 삼강나루터에서 강 한 번 찬찬히 보다 왔다. 수호목이 크고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