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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by 무소뿔 2015. 7. 12.

북한땅 황해도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도라지꽃 전설이다.

황해도 은율 금산포 마을에 지주의 소작을 하는 두 농가가 있었다.그들은 하는 일은 힘들어도 마음을 의지하고 친형제처럼 지냈다.어느해 두 집안 모두 태기가 있어 임신을 하였다.그들은 뱃속의 아기를 두고 사돈을 맺었다.

배안의 혼사를 맺은 것이다.아들과 딸을 낳게 되면 결혼을 시키되 두집 모두 딸이나 아들을 낳게 되면 의형제를 맺는 것이다.다행히 앞집에서는 딸을 낳아 아지라고 하였다. 뒷집에서는 아들을 낳았는데 도라고 하였다.

세월이 흘러 도는 의젓하고 기품있는 청년이 되고 아지는 예절이 바르고 예쁜 처녀로 성장하였다.마을에서는 아지에 대한 칭찬이 그치지 않았다.지주는 아지를 며느리로 삼기 위해 중매꾼을 보냈으나 매번 거절을 당하였다.

어느날 외적의 침입으로 장정들이 모두 군대에 징집되었다.도가 전쟁터로 떠나는날 아지는 그를 바래주면서 자기의 마음은 한결같으니 전쟁에서 공을 세우고 돌아 오라고 당부하였다.

1년후 도의 집안에 비보가 날아들었다.도가 왜적들과 싸우다 죽었다는 것이다.슬픈 소식을 들은 두집안에서는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그러던 어느날 점쟁이 노파가 아지네 집으로 찾아왔다.

에이구, 뜻하지 않은 불행을 당했군요.어디 점이라도 한번 봐드릴까요? 하면서 도의 사주를 묻더니 점괘를 말하였다.도라는 사람은 계비락정 심처장몽인데 닭이 날아가다 우물에 떨어져 오래도록 꿈을 꾸고 있소.그러니 배안의 약혼은 애당초 잘못된 것이요.

그러면서 아지의 천생배필은 지주의 아들밖에는 없으니 좋은 인연을 놓치지 말라고 하였다.인연이라는 것은 사람의 팔자를 타고 흐르는 강물과 같아 한번 놓치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라 하였다.

노파의 감언이설을 들은 아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이미 때를 놓쳤습니다.더구나 도는 전쟁에 나가서 싸우다 죽었는데 제가 고인을 대신해서 시부모를 모셔야 하니 다시는 우리집에 나타나지 마소서.‥

점장이 노파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지주는 며칠후 하인들을 데리고 아지네 집에 나타났다.‥내 땅에지은 집이니 당장 나가라고 아지의 집을 철거하기 시작한다.소식을 들은 아지의 부모들이 달려와서 제발 집을 헐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였다.

아지는 더이상 지체할수 없어 지주에게 말하였다.내가 시집을 갈터이니 집을 허물지는 마세요.지주는 부랴 부랴 서둘러 결혼잔치를 준비하였다.결혼식날을 앞둔 새벽 아지는 남모르게 도를 위해 기도를 올린후에 동구밖 오동나무에 목을매어 자살하였다.

아지가 목을 매 자살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마을 사람들이 몰려나와 눈물을 흘리며 지주를 원망하였다.그리고는 아지의 시신을 내려 장사지내고 도와 헤어진 마을입구에 묻었다.이듬해 봄 무덤위에 풀이 돋아 나더니 남색꽃이 소박하게 피어났다.사람들은 아지의 환생으로 여겨 아지꽃이라 하였다.

그런데 죽은줄 알았던 도가 큰공을 세우고 돌아 왔다.지주는 겁에 질렸다.도가 전쟁에서 죽었다고 사람을 시켜 비보를 전한 장본인이기 때문이었다.그간의 사정을 들은 도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울부짖었다.술에 취한 도는 한밤중에 슬그머니 일어나 지주의 집에 불을 질렀다.대궐같은 지주의 집과 함께 지주의 가족들이 모두 불에타서 죽고 말았다.

마을사람들은 악행을 일삼던 지주가 천벌을 받았다고 여겼다.밤중에 하늘에서 큰 불덩어리가 떨어져 지주집을 불태웠다고 말하였다.

아침에 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도는 아지의 무덤을 안고 죽어 있었다.아지무덤에 도의 시신을 합장하여 저승에서 라도 하나되어 행복하게 살기를 빌어 주었다.

이듬해 무덤에서는 남색꽃을 감싸듯이 하얀꽃이 피어났다.마을사람들은 아지의 이름과 도의 이름을 따서 백도아지라고 불렀다.도의 성이 백씨였기 때문이다.

그후 누군가 아지와 도에 대한 사랑이야기를 노래로 지어 부르게 되었다.도라지 씨앗은 황해도 산천에 퍼지고 온 나라에 퍼져갔다.

(글-현장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