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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수련

국선도

by 무소뿔 2005. 9. 13.

안동에 온 지도 벌써 6개월째입니다. 국선도 도장에 회비를 3개월치씩 내니 2회분이 거의 끝나갑니다.

안동은 독특한 정신세계를 갖고 있는 곳입니다. 일즉일체 화엄의 정수가 영주 부석사에서 꽃을 피웠고 그 세계관은 안동권 곳곳에서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산사 있는 곳이 어디 경상도뿐이겠습니까만은 그 흔한 유학의 상징 사이사이에 불교 문화가 있습니다. 봉정사도 그렇고 약간 밑이지만 고운사도 그렇습니다.

그 화엄을 거부한 게 주자학이잖아요. 퇴계를 정점으로 한 성리학 정신은 여전히 이곳 안동에서 유효합니다. 언제 기회 있으면 이곳 방명록 한번 보십시오. 대단한 달필의 한학자들이 여전히 건재한 곳이 안동입니다.

조선의 유교문화가 부패해갈 때 이곳은 또 천주학이 들어왔습니다. 안동은 원주와 함께 천주교 영향력이 아주 센 곳이랍니다. 그리고 일제의 압박과 함께 조선의 문제를 풀기위해 적극 도입한 사회주의 역시 안동이 처음입니다. 이곳의 지식인들은 사회주의에 빠졌고 서간도로 북간도로 때로는 중원 한복판으로 연해주로 가 독립운동을 했습니다. 지금은 어쩌다 버스 한 대 들어오는 지역에도 교회가 하나씩 있지요. 아, 교회는 어느 곳이나 그렇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말이지요... 이곳은 국선도 도장이 없습니다. 뇌호흡 하는 단학선원은 있는데 말이지요. 처음 안동 올 때는 막막하더라고요. 무슨 선원이 시내에 있길래 거기라도 다닐까 했는세 아는 사범님들이 말리더군요. 그냥 쉬라고... 그래서 저는 옆 동네 영주에 있는 국선도 도장에 다닙니다. 어스름 새벽을 밟고서요.

영주 국선도장은 서울 제가 다니던 도장 1/3 정도가 좀 안 되는 작은 도장입니다. 잘 생기고 마음씨 착한 젊은 원장님이 지도를 합니다. 거기엔 원장님의 은사되시는 영주 모 고교의 교장선생님도 다닙니다. 제가 가는 새벽 시간에 오시지요.흠... 임현식을 닮았는데요, 가끔 그 특유의 애드립까지 비슷합니다. 이 분의 여름 도복 윗도리는 그냥 하얀 티입니다.그걸로 도장을 출퇴근(?)하시는 거죠.

제가 국선도 시작한 지가4년이 넘었으니 까만 띠 말고는 비교적 고수(?)에 속하는데, 이곳 영주 도장엔 저보다 오래 수련하신 분이 계십니다. 저보다나이도 많이 많으신데4년이 지나도11자 가랭이인 저에 비하면 그야말로 감탄만 나오는 분입니다. 원기행공 그 어려운 동작을 하시는데 참말로 부럽습니다. 저는 원기행공 동작이 정말 엉성하거든요. 그 분이 얼마 전 원기를 마치고 축기에 들어간다는 얘길 들었는데 시간대가 달라 자주 뵙진 못하지요. 과수원 하신다는데 기회 있음 쳐들어가서 사과 좀 얻어먹을 생각입니다.

그 외에도 저 다니는 시간에 몇 분 더 오시곤 하는데 눈인사 말고 호구조사식 인사를 못했습니다. 영주 도장에서 행공을 할 때는 북쪽을 바라보며 합니다. 기껏해야 2-3층 고층빌딩 너머 산이 보입니다. 새벽 산 좋습니다. 그 산을 보며 숨을 쉬면서 대자연을 그리지요. 숨과 기운이 정수리에서 단전에서 쭉 뻗어 오르내리고하단전은 회오리칩니다. 저절로 똥꼬(?)가 조여지고 내 몸과 세상을 하나로 합니다. 호흡이 길수록 기운은 강렬하고 그렇게 자연과 사람,혈육과 친지와 조국도 생각합니다. 아침마다 단편소설 서너 편은 가볍게 해치우지요.

세상 참 살기 어렵잖아요. 먹고살기도 어렵고 공부하기도 어렵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도 어렵습니다. 새벽에 가라앉은 제 마음은 사업장 들어가면서부터끓기 시작합니다. 자, 숨들 쉬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내 쉬고... 마시고...내 쉬고...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