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괘

2월 28일 산풍고(山風蠱)

무소뿔 2006. 2. 28. 09:52

2월 28일, 음력 2월 1일 丙戌년 庚寅월 戊子 일주입니다. 오늘은 오행이 제법 균형을 이뤘는데 戊 일간으로 보면 주변이 금목수라 외로운 모습입니다. 다행이 연주에 丙戌이 있지만 아무래도 금목수의 기운에 조금 밀리지 않나 싶네요. 올해 또 먹고 살아야 하니 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늘 조바심입니다. 준비에 대해 물었더니 위가 산 아래가 바람, 그래서 산풍고(山風蠱) 괘이고 5효가 동했습니다.


蠱 괘는 벌써 두 차례나 나왔네요. 산 속에 바람이 들고 낙엽이 져서 산에 있는 나무들이 모두 병들었습니다. 그게 蠱, ‘좀먹다’는 뜻입니다. 작년 안동 가서 일할 때 자주 보았던 모습이죠. 큰 나무를 작은 나무들이 뒤덮어 형체를 분간할 수 없는 모습, 일본이 우리를 지배하는 암울한 시기의 형상... 보기만 해도 답답했던 바로 그 모습입니다. 준비가 어렵다는 뜻일까요?


괘사 “蠱는 元亨하니 利涉大川인 先甲三日하며 後甲三日이니라.”에서 先甲三日하며 後甲三日은 甲의 사흘 전인 辛일에 시작해서 壬癸, 甲, 乙丙을 지나 丁에서 정녕히 끝나는 것을 말한답니다. 십간의 丁에는 丁寧의 뜻이 있잖아요. 그래서 옛날 향교에서 제사를 지낼 때는 丁일 받아 지냈다고 합니다. 어쨌든 그 주기가 7일이네요.


山風蠱 괘 5효가 변하면 중풍손 괘가 되고 5효 효사가 “先庚三日하며 後庚三日이면 吉하리라”입니다. 이 7일 주기는 丁戊己 庚 辛壬癸가 되는데, 말하자면 甲을 庚으로 고친 게 됩니다. 대산 선생님 말씀이 옛날에는 동갑 (同甲)을 동경 (同庚)이라고 하고, 사주 八자를 七자로 고치든지 무슨 수를 내어야 한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그게 모두 갑을 경으로 고치는 이치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선천의 어지러운 세상을 후천의 평화로운 세상으로 고치는 것을 先甲三日後甲三日의 이레 동안 해야 한다는 뜻이랍니다.


蠱 괘는 비록 좀먹고 병들었지만 안으로는 겸손하고 밖으로는 그치는 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욕심을 외괘로 막고 내호괘는 택괘로 기쁘게 외호괘인 우레로 움직여 나가면 蠱의 상황이 해결하고 맙니다.


5효 효사는 六五는 幹父之蠱-니 用譽리라.입니다. 蠱 괘는 아버지의 蠱를 이어받는 상황입니다. ‘좀 먹는 세상’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상황을 풀기 위해 “(이어서) 일을 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5효는 중도를 지켜 아버지(선임자)의 蠱를 주장하니, 명예롭습니다. 아버지(선임자)가 잘못한 일이라면 내가 좋은 덕을 이어가니 명예롭고 아버지가 덕을 쌓아놓은 일이라면 그 또한 좋은 덕으로 잘 이어가니 모두 명예롭습니다.


힘든 상황을 뜻하는 괘에서 중도를 잘 지켜나가니 좋은 덕으로 선임자의 蠱를 이어나가리라는 뜻으로 풀면 될까요? 잘 해서 좋은 결과를 맺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