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괘

17월 7일 지산겸(地山謙)

무소뿔 2004. 12. 7. 09:18

한동안 괘 풀이를 하지 못했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잠시 지어보고 풀어보는 것인데 그동안 게을렀습니다. 괘야 지어보지만 풀이를 정리하는 건 시간이 걸려서 말입니다.


오늘은 7일 大雪이자 庚申 일주입니다. 庚申 일주는 기운이 센 날이라 밤도 세워보고 그래야 하는데 영 신통치가 않습니다. 언제나 한번 庚申 일주에 밤 세워가며 명상을 한번 해볼까요? 오늘 나온 괘는 위가 곤 아래가 산, 地山謙 괘이고 마지막 여섯 번째 효가 동했습니다.


왜 謙이라고 부를까요? 산은 원래 땅 위에 높이 솟아 있는 것인데 높은 체하지 않고 땅 속에 있어 겸손합니다. 그리고 양 하나에 다섯 음인데 그 음 속에서 겸손합니다. 繫辭傳에 “겸은 덕을 쥐고 나가는 자루”라고 했습니다. 겸손하지 않고는 빛나는 덕도 아름다운 예도 될 수 없다고 합니다.


괘사를 봅니다.

하니 君子-有終이니라.

(謙은 亨通한 것이니 君子가 마침이 있다.)


구삼효에 대한 말씀이랍니다. 상육을 가리고 보면 외호괘가 진하연 탁 트여 형통하답니다. 이렇게 겸은 형통하고 유종의 미를 거둔다고 합니다. 흠... 이건 군자에게만 해당된다고 하네요. 소인에게는 ‘해당무’랍니다. 소인에게는 다른 길이 있는 모양입니다. 퇴계선생은 이 괘가 나와 군자로서 살다가 돌아가셨지만 소인은 이 괘가 나오고 오히려 병이 나았다고 합니다. 군자와 소인의 차이인데 저로서는 알듯 모를 듯합니다. 단전과 대상전은 내용이 많으니 대충 정리해보겠습니다.


단전에는, 겸손은 높이 처해 있을 때에는 높으면서도 겸손하여 더욱 빛이 나고, 낮게 있을 때에는 겸손해서 자기를 낮추되 법도를 지나치지 않으니(過恭非禮) 군자가 이렇게 행동해나갈 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고 하십니다. 대상전에는 높고 낮음과 많고 적음이 평평하게 하는 정치를 하여야 한다(稱物平施) 하고요. 이 정도로만 이해를 하기로 하죠. 오늘 동한 저의 운 6번 효를 보겠습니다.


上六鳴謙이니 利用行師하야 征邑國이니라 .

(상육은 우는 겸이니, 써 군사를 행하여 읍국을 침이 이롭다.)


흠... 뭔 소린지 도대체... 명(鳴)은 ‘운다’는 뜻이죠. 육이도 鳴謙이라고 하는데, 육이는 스스로 겸손한 것을 얘기하지 않아도 세상 사람들이 모두 육이가 겸손한 것을 아니 여기서 鳴의 뜻은 ‘운다’는 뜻이 아니고 ‘울릴’ 명이라고 한답니다. 그러니 길하고요. 하지만 상육의 鳴은 내가 이렇게 겸손한데 사람들이 어째서 알아주지 않을까 하고 울고 있는 것이랍니다. 흠... 고약하군요. 게다가 상육이 변하면 간상련 산괘가 되어 높은데 실제로 겸손하지도 않고 겸손하다고 하면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욕심만 가득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인들께서는 行師, 즉 군사를 써서 邑國을 征하라고 합니다. 뭔 소리냐고요? 대산 선생님이 또 자세히 해설을 해주십니다.

내 몸에 군주가 있는 곳이 어디일까요? 심장입니다. 그래서 심장은 心君이라고 하기도 하죠. 한의학이나 오행으로 경락을 풀이할 때는 심장을 君火라고 하기도 합니다. 잘 모르겠지만 다 비슷한 소리 같죠? 어쨌든 심장은 한 몸의 邑國이 된다고 합니다. 실제 한 나라의 邑國은 인군이 다스리겠지만 한 몸의 邑國은 정신, 즉 마음이 다스리는 것이죠. 그러므로 나의 정신적인 군사를 총동원해서(利用行師) 실제로 겸손하지 않으면서 남이 나를 겸손하다고 알아주었으면 하는 욕심을 쳐내서 깨끗이 하라는 얘기랍니다.(征邑國)

역시 대산 선생님이십니다. 언제나 명쾌하십니다. 이렇게 하면 실제로도 겸손해지는 것이며 그러면 남이 알아주게 되네요. 오늘은 마음에 謙 자를 새기고 征邑國의 뜻을 되새기면서 하루를 보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