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괘

천하동인(天火同人)

무소뿔 2005. 11. 3. 09:00
11월 3일 음력 10월 2일 丙戌월 辛卯 일주입니다. 새벽 수련은 잘 하고 왔는데 정신도 몽롱하고 몸도 나른한 게 좀 그렇네요. 일은 진척이 없고 사람들은 뜻대로 따라주지 않으니 재미도 없습니다. 이제 1달이 채 안 남았는데 어쩌려는지 모르겠네요. 오늘 하루에 대해 물었습니다. 최종 완성을 위한 점검이 있는 날이거든요. 억지로 서울에서 사람들을 내려오라 했습니다.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될 거 같아서요. 위가 하늘이고 아래가 불이니 천하동인(天火同人) 괘이고 동한 효는 6효입니다. 同人 괘는 처음 잡아봅니다. 의지가 솟네요.


불은 땅에서 타올라가 하늘과 같이 한답니다. 불은 해이니 해가 동에서 떠서 중천에 붙어 있으니 하늘과 같이 합니다. 여기서 같이 한다는 것은 모든 것들을 대표한답니다. 동식물 온갖 것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사람(人)을 넣어 同人이라 한 것은 같이하는 모든 것을 사람으로 대표하여 표현한 것이랍니다. 그렇군요. 대산선생님의 해설은 이렇게 늘 명쾌합니다.


同人于野-면 하리니 利涉大川이며 利君子하니라.

(사람을 같이 하는 것을 들에서 하면 형통하리니, 큰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고 군자의 바름이 이롭다.)


흠... 오늘 오후 아예 제끼고 현장사업장 일하는 사람들과 들에 나갈 예정을 잡았다가 점검회의 때문에 취소했는데, 좀 그렇군요. 하지만 여기 풀이가 그럴까요? 이 괘는 양이 다섯 개요 음은 2효 하나입니다. 다섯 남자와 여자 하나가 같이 하는 셈이네요. 한 인군과 모든 백성이 같이 하는 뜻도 된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同人을 할 때는 밀실에서 하는 게 아니랍니다. 만인이 볼 수 있는 들에서 해야 한답니다. 그렇게 공공연하게 하면(同人于野-면) 힘이 모아져 형통하고(亨) 큰내를 건너는 것과 같은 어려운 일이나 큰일을 해내는 이로움이 있습니다.(利涉大川) 그리고 군자가 바르게 하는 同人이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불괘는 밝아 문명하고 하늘은 모두 양으로 굳세고 내괘의 육이는 음으로 중을 얻었고 외괘의 구오가 양으로 중을 얻어 서로 응하니 그것이 군자의 바름이랍니다. 오늘 동한 6효를 봅니다.


上九同人于郊-니 无悔니라 .

(上九는 들에서 同人함이니 뉘우침이 없다.)


上九는 정치하는 자리가 아니어서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하게 사는 걸 말한답니다. 정치를 하자면 구삼과도 싸워야 하고 구사와 협력해야 하고 복잡하잖아요. 사람 없는 들에서 사니 후회가 없습니다. 물론 그렇게 사니 얻는 것도 없습니다.


점이 복잡합니다. 점검이고 뭐고 다 취소하고 원래 잡은 대로 산에 갈까요... 괘 전체의 뜻은 오늘의 일과 흡사하나 동한 효가 너무 태평입니다. 어쨌든 오늘은 同人을 해야 하는 날입니다. 사람들을 불렀으니 대접도 해야 하고요. 각 효마다 뜻하는 同人의 뜻이 제각각이듯 오늘 모이는 사람들도 제각각입니다. 점검하는 자리이니 못하는 쪽은 혼도 내야 합니다. 마음은 답답하지만, 점검 일찍 끝내고 그 좋다는 주산지 한 번 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