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리(重火離)
2월 1일, 설 지나고 첫날입니다. 음력은 1월 4일이고 일주를 보면요, 여전히 乙酉년 己丑월 辛酉 일주입니다. 재밌습니다. 대개 음력 정월 초하루가 지나면 음양이나 오행이 바뀌는 걸로 알고 있지만 사주를 보는 오행을 기준으로 하면 새해는 입춘일부터이지요. 그렇다면 동지는 뭘까요? 사실 오행도 음양에서 비롯되는 거고 음양의 변화로 치면 동지가 새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자축인묘진사오미... 할 때 12지의 첫글자는 子입니다. 그러니 子월이 새해의 시발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음력과 양력까지 합하면 무려 4개의 曆이 있는 셈이니 이건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군요. 설날과 섣달의 기원은 또 뭘까요?
참고로 중국의 신년 정월 변천사를 보면요, 夏→寅월(현재기준 음력 1월), 殷→丑월(현재기준 음력 12월[섣달]), 周→子월(현재기준 음력 11월), 秦→亥월(현재기준 음력 10월), 漢이후→寅월(현재기준 음력 1월)이라고 합니다. 신라는 당의 력을 써서 寅월이고, 고조선의 후예이자 고구려의 선조격인 부여에서는 丑월을 썼다고 합니다. 이 계통에 관심을 가진 분들은 이 모든 걸 연구해보시고는 동양 간지력(干支曆)의 시초가 우리 민족에게서 나왔다고 추정하시곤 합니다. 저요? 저야 모... 그 생각에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지요.
말이 영양가 없이 길었습니다. 오늘은 올 한 해를 물었습니다. 한 해의 점이라면 좀더 진중한 자리에서 숨도 길게 서죽(筮竹)이라고 하는 대나무 가지로 쳐보아야 하는데, 뭐 마음가는 대로 몸 가는 대로 해서 괘를 지어보니 아래도 불 위도 불 그래서 중화리(重火離) 괘에 3효가 동했습니다. 重火離 괘는 상경 30개 괘의 마지막 괘입니다. 주역 상경은 천지의 이치에 따라 괘가 형성되고 하경은 천지의 본체 水火의 이치에 따라 괘가 만들어 집니다. 상경이자 선천의 마지막 괘 重火離는 무슨 뜻일까요.
離는 利貞하니 亨하니 畜牝牛하면 吉하리라 .
(이는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 형통하니 암소를 기르면 길하다.)
보통 괘사는 2효나 5효를 중심에 두고 나옵니다. 重火離 괘는 육이를 두고 괘사를 달았네요. 여기 離는 ‘떠날 리’라고도 하지만 여기서는 ‘해가 중천에 붙어 움직이지 않아서 걸릴 리’라고 한답니다. 해가 동에서 서로 떠나는 것 같지만 실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괘 중에서 건괘는 하늘이고 말이고, 곤괘는 땅이고 소인데, 여기 2효는 아래 두 번째 효이니 土의 자리여서 소가 되고 그것도 陰土이니 암소가 된다고 합니다. 육이가 음자리에 바르게 있고 중을 얻어 바르게 걸려 있으니 형통한데 암소처럼 순한 마음을 기르면 길하다는 뜻이랍니다.
重火離 괘는 강한 양 사이에서 음이 두 곳에서 중의 자리에 걸려 아주 밝습니다. 이것을 重明이라 하는데, 하늘에는 해와 달이 그렇고 사람에게는 두 눈이 그렇답니다. 정치로 치면 인군으로서의 대인과 신하로서의 대인이 만나 사방을 밝게 비추는 형상이랍니다. 오늘 동한 3효를 봅니다.
九三은 日昃之離니 不鼓缶而歌-면 則大질(팔십늙은이 질)之嗟-라.
(구삼은 해가 기울어져 걸림이니 장고를 두드리고 노래하지 않으면 큰 늙은이가 슬퍼한다. 흉하다.)
앗! 괘의 뜻은 좋았는데, 효 뜻이 좀 그렇네요. 중화리(重火離)에서 주역의 상경이 끝나듯 선천이 끝납니다. 이제 후천이 오지요. 重火離 밝은 해도 오전에서 오후로 가면서 기울어져 갑니다. 사람이 늙어 죽어갑니다. 큰 늙은이가 슬픕니다. 이 노인을 슬프게 하지 않으려면 장고도 치고 노래도 불러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흉하지 않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塞方의 늙은이는 이제 후천이 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나 사람들은 전혀 모릅니다. 후천시대가 오는 것을 크게 알려서 모두 알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변하는 세상에 대처하고 목숨도 유지하고 후천시대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세상일을 훤히 아는 큰 늙은이가 슬퍼합니다.
괘사 의미가 좋아도 짚은 효사 뜻은 좀그렇네요...저물어가는 거잖아요. 흠, 꼭 그렇게봐야 할까요? 세상은 종시가 반복되는 것이니 선천이 끝나가는 시기가 또 후천의 시작인 셈입니다. 선후천 변화의 때 세상 일 모두도 사람 할 바에 달려 있습니다. 어쨌든 세월은 변하네요. 세상일 잘 아는 어른들께 효도하면서 다가오는 변화들을 준비하는 해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산 선생님 효사 풀이 마지막 설명을 마음에 새기고 올한 해도 하루하루 차곡차곡 살겠습니다.
福耶災耶여 惟人所召니 日昃之時에 鼓缶而笑로다.
(복이여 재앙이여, 오로지 사람에게 달려 있으니, 해 저무는 때에 장고치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