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수(水天需)
8월 17일, 음력 7월 13일 甲申 월에 癸酉 일주입니다. 乙酉년이니 지지가 모두 金이고 일간이 癸이니 금수의 기운이 강한 날인가요? 水의 기운이 강하면 木도 좋을텐데 金을 경계해야겠군요. 癸 일간은 나무야 자기가 좋을테고 자기를 견제할 土가 없으니 조심해야겠네요. 오늘은 위는 물이고 아래는 하늘인 수천수(水天需) 괘입니다. 동한 효는 4효입니다.
需는 ‘음식 수’라고 하기도 하고 ‘기다릴 수’라고도 한답니다. 음식은 외괘인 물과 외호괘인 불이 아니면 나올 수 없기에 나온 말이랍니다. 기다린다는 뜻은 물 괘는 험하고 하늘 괘는 강한데 불 괘는 밝아 지혜가 있어 함부로 험한 데를 건너지 않고 하늘 괘로 굳건하게 기다리기 때문에 나온 뜻이랍니다. 흠... 대산 선생님 해설은 언제 봐도 좋습니다. 괘사를 봅니다.
需는 有孚하야 光亨코 貞吉하니 利涉大川하니라.
(需는 믿음을 두어 빛나고 형통하고 바르게 하여 길하니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
기다리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그렇지요. 믿음입니다. 이 믿음을 두고 기다리면 빛나고 형통하고, 또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니 길합니다. 그러니 큰일도 해낼 수 있네요(利涉大川). 내괘가 양이니 굳건해서 실하고 외괘도 양이 중심에 있어 실합니다. 비록 위험(외괘)이 눈앞에 있지만 굳건한 세 양(내괘)은 거기에 빠져들지 않고 그렇다고 곤궁하지도 않습니다. 상전을 보면 오히려 잔치를 하며 기다리라(飮食宴樂)고 하지요.
오늘 동한 4효를 봅니다.
六四는 需于血이니 出自穴이로다.
(육사는 피에서 기다리는 것이니 구멍에서 나온다.)
감중련 물 괘는 피이기도 합니다. 그 피를 보는 자리에 육사가 있습니다. 음이고 중자리를 얻지도 못했지만 음이 음자리에 순하게 있으니 피를 보지는 않게 되네요. 육사가 변하면 태상절 연못 괘가 되고 또 태위구(兌爲口)라고 구멍(穴)이 나오고 상육을 가리면 이허중 불 괘로 밝으니 구멍에서 벗어나게 된답니다. 험한 굴 속에서 빠져나오니 피를 보지 않게 되는 것이랍니다. 오늘은 효사의 상전을 봐야 할 것 같네요.
象曰 需于血은 順以聽也-라.
(상전에 이르길 需于血은 순하고 들음이라.)
피를 보는 자리에서 피를 보지 않게 되는 까닭이 순하게 행동하고 남의 말을 듣고 그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랍니다. 물 괘는 신장이 되고 신장은 또 귀를 의미하니 귀로 듣는다는 뜻의 聽이 나오네요.
마무리해볼까요. 오늘 괘와 효를 보면 뭔가를 기다려야 하는데 어려운 상황인 것 같네요. 그 곤궁함 속에서도 순하게 행동하고, 순하게 행동한다는 것은 하늘의 뜻에 따르는 것이니 제대로 된 사람의 이치에 맞게 행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의 말을 잘 듣고 그를 또 따라야 하네요. 남은 누구일까요.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겠지요. 특히 주변에서 같이 하는 사람들이겠지요. 그들과 친하게 지내며 그들을 (말을 잘) 따라야 합니다. 그러면 그 어려운 곤궁을 겨우 벗어나네요. 후~, 뭐 완전히 망가지는 거에 비하면 말할 게 없지만... 하루하루는 늘 이렇게 위태위대하고 조심스럽기만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