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괘

수천수(水天需)

무소뿔 2005. 1. 17. 09:17
1월 17일, 음력으로 동짓달 초여드레 辛丑 일주입니다. 이번 주 써내야 하는 계획서와 그와 관련된 일에 대해 점을 쳐보았습니다. 아래는 양이 셋 하늘 괘가 나왔고 외괘는 감중연 수 괘입니다. 수천수(水天需) 괘입니다. 동한 효는 3효이고요.


어제 도올 김용옥 선생이 쓴 한의학 관련 책을 보는데 주역 맹신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도올 선생도 제가 참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하버드 대학에서는 주역을 가지고 박사 학위를 받으셨죠. 강의 중간중간 주역에 관련된 말씀을 하시면서도 도올 선생은 주역에 빠지는 걸 경계합니다. 노력이 중요하지 뭔가 외부적인 우연을 믿지 말라는 말씀이겠지요. 암튼...


여기서 수(需)는 음식 수, 기다릴 수(須)라는 수괘입니다. 외괘인 물괘와 외호괘 이허중 불괘 아니면 음식을 만들 수 없답니다. 그래서 ‘음식 수’랍니다. 또 이허중 불괘(외호괘)로 지혜가 있어 밝게 보고 건삼련 하늘괘로 굳건하게 기다리기 때문에 ‘기다릴 수’라고 한답니다.


괘사를 봅니다.


有孚하야 光亨貞吉하니 利涉大川하니라.

(需는 믿음을 두어, 빛나며 형통하고 바르게 하여 길하니,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


기다리려면 무엇보다 믿음이 중요한데, 믿음을 두고 기다린다면 그것이 빛나고 형통하답니다. 내괘도 양으로 중이 실하고 외괘도 양으로 중이 실하니 중심이 실합니다. 그러니 믿음이 생깁니다. 큰 내를 건너니 어려운 일, 큰일을 해내는군요. 彖專은 풀이만 간단히 보겠습니다.


彖曰 須也-니 在前也-니

(단에 이르길 需는 기다림이니 험한 것이 앞에 있으니)

剛健而不陷하니 其義-不困窮矣라.

(굳세고 튼튼히 하여 빠지지 않게 하니 그 뜻이 곤궁하지 않음이라.)

需有孚光亨貞吉位乎天位하야 以正中也-오.

(需有孚光亨貞吉은 天位에 자리해서 바르게 하고 가운데 함으로써요)

利涉大川往有功也-라.
(利涉大川은 가서 공이 있음이라.)


九三需于泥致寇至리라.

(구삼은 진흙밭에서 기다림이니 도적 이름을 이루리라.)


초구는 물에서 멀리 떨어진 들에 거하는 것이고 구이는 물가 모래밭이고, 구삼은 물에 접해 있습니다. 그래서 진흙에서 기다리는 꼴(需于泥)입니다. 감중련 험한 물괘는 도적이기도 한데 물과 가까운 진흙이니 도적을 자초한 꼴(致寇至)이랍니다. 아주 위험하네요. 재앙이 목전에 있습니다. 계속해서 효사 象專을 보면 ‘自我致寇하니 敬愼이면 不敗也-리라’라고 하여 나로 말미암아 도적을 이르게 하니, 공경하고 삼가면 패하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흠... 내가 뭔가를 잘못하여 도적이 오는군요. 하지만 험한 꼴을 보더라도 세상을 공경하고 근신하는 마음으로 살면 도적이 오더라도 그곳을 면하고 도적을 피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마음은 편칠 못하네요. 흠...


수괘는 나중에 6효에서 종교문제에 부딪힙니다. 화수미제도 그렇지만 주역에서 종교문제를 강조하는 게 그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겠죠. 암튼 신중하고 공경하고 그렇게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