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괘

산택손(山澤損)

무소뿔 2005. 3. 24. 09:18
3월 24일 음력으로 2월보름丁未 일주입니다. 제 사주 월주로군요. 위는 산 아래는 연못 산택손(山澤損) 괘에서 두 번째 효가 동했습니다. 계사를 봅니다.


有孚-면 元吉无咎하야 可貞이라.

(損은 믿음을 두면 크게 길하고 허물이 없어서 가히 바름이라.)

利有攸往하니 曷之用이리오 二궤(대그릇 궤)-可用享이니라 .

(가는 바를 둠이 이로우니 어디에 쓰리오? 두 대그릇에 가히 써 제사를 지낸다.)


山澤損 괘는 말 그대로 손해를 보는 것인데, 위가 아닌 아래가 손해를 봅니다. 괘 모양이 아래가 더 풍요로우니까요. 이렇게 손해를 보면 가진 게 없어지니까 그 주제를 잘 알고 함부로 쓰지 말라 합니다. 손해를 볼수록 믿음을 가지고, 믿음을 두고 가면 손이 앞으로 큰 이익이 되지 크게 길하고 허물이 없다는 것이지요. 일시적으로 손해를 보지만 앞으로 내가 살아갈 길이 열리고 할 일이 생긴다고 합니다.


흠... 대산 선생님 설명이 저에게 힘을 주는군요. 오는 사실 큰 계약 건이 있습니다. 계약하기까지 만만찮은 절차를 거치며 개인적으로 좀 억울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 했지요. 회사가 할 일과 개인이 할 일이 구분되지 않으니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으니 갑갑합니다. 집사람은 차라리 관두면 어떻겠냐 하는데 회사 관두기가 말처럼 쉽지도 않찮아요. 각설하고요,


그런 자세로 행동하면 어느 곳을 가도 이롭답니다. 그 쓰임이 무어냐고요? 제사를 지내랍니다. 난리치지 말고 간략하게 대나무 그릇에 포 두 마리 놓고서 말이지요.


상전입니다.


象曰 山下有澤이니 君子-하야 懲忿窒欲하나니라.

(상전에 이르길 산 아래 못이 있는 것이 損이니, 군자로 이로써 성냄을 징계하고 욕심을 막는다.)


損은 재물만 손해보는 게 아니라네요. 손해볼 것은 손해봐서 좋은 일이 있답니다. 덜어낼 때는 재물만 덜어낼 게 아니라 마음의 병, 나쁜 마음과 잡된 생각도 덜어야 합니다. 그래서 修身할 때 못괘 물로 화를 끄고 산괘 흙으로 물솟는 욕심을 막아야 한답니다. 볼수록 공자님 말씀이로군요. ㅎ~


九二利貞이면 하니 弗損이라아 益之리라.

(구이는 바르게 하면 이롭고 가면 凶하니 덜지 말아야 더하리라.)


초구가 백성이라면 구이는 선비가 됩니다. 백성은 수확한 곡식을 덜어 나라에 바치지만 육오 인군과 응하는 선비는 바칠 곡식이 없습니다. 장사하는 사람이 초기에 투자하듯 선비가 뭔가를 바치면 나중에 관리가 되어 그것을 되찾으려 할 터이니 제발 그러지 말고 바르게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촐랑대지 말고 제 자리 지키면서 중도를 벗어나지 말라는 가르침이로군요. 구이에 대한 다른 풀이 한번 볼까요?


바르게 하면 이롭다. 가면 凶하니 덜지 않아서 益하는 것이다.“ 어떤가요? 대산 선생님 풀이와 많이 다르죠. 특히 ”덜지 않아서 益하는 것이다“ 부분은 글자 순서대로 풀이한 게 대산 선생님 풀이와 차이가 많이 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주역 공부는 고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그야말로 수박 겉?기에 불과하고 뜻이 달라지니 공부에 대한 의욕마저 없애고 맙니다. 다들 한 분야에서 자기 위치를 차지하고 계시겠지만, 글자 한 자에 대한 풀이가 달라지면서 생기는 어려움들을 대산 선생님께서 하나씩 해결해주시는 것 같네요.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