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뢰이(山雷頤)
오랜만에 서울에서 괘를 지어봅니다. 프로젝트 마감차 며칠 서울에 있는 중이거든요. 집에서 다니니 참 좋습니다. 이렇게 가정적인 사람보고 주말부부를 하라니 될 말이 아니지요. 엊그제 평소 보고 싶었던 주역책을 몇 권 샀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의 공부에 대해, 주역공부, 마음공부라고 해도 될지 모르지만, 암튼 공부에 대해 물었습니다. 위가 산이고 아래가 우레니 산뢰이(山雷頤) 괘에 1효가 동했습니다.
산뢰이(山雷頤) 괘는 하루 한 괘 지어보는 중에도 벌써 2번이나 나왔네요. 그렇게 보고 봐도 외워지지가 않습니다. 이치로 알아야 하는데 공부가 멉니다. 頤는 턱 ‘이’자입니다. 턱은 입이고, 입은 음식을 먹어 몸을 기르니 ‘기를 이’라고 한답니다. 위가 산이고 아래가 우레입니다. 진하연 우레 괘는 동방목 나무이니 산 속에서 나무가 길러지는 상이기도 합니다. 위턱과 아래 턱으로 음식물을 씹어삼키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괘의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괘사와 단사를 보면 觀頤와 自求口實로 ‘기름’을 말씀하십니다. 觀頤는 남을 길러서 먹고살게 할 책임이 있거나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사람이 그가 가르치고 기르는 사람이 잘 길러지고 있는지 보는 것이랍니다. 自求口實은 스스로 먹을 것을 구해 자신을 기르거나 배우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기르고 길러지는 것을 보는데 천지도 만물을 기르고 성인도 어진이를 길러 백성을 기릅니다. 그 기르는 데 ‘때’가 중요합니다.
괘 설명하시면서 마지막에 공자께서 상전에 당부하십니다. 괘의 모습을 보고 愼言語하고 節飮食하라고요. 공자는 말 많고 이유 많은 사람을 싫어했다고 합니다. 논어에서도 訥於言, 而敏於行이라 하여 말만 많고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을 저어하십니다. 턱 ‘이’ 괘이니 입이 됩니다. 입은 음식을 먹고 말을 합니다. 그래서 공자께서 말하되 삼가고 할 말만 하고(愼言語) 먹되 산처럼 후중하게 가려서 먹으라 하십니다. (節飮食) 입이야말로 화를 부르는 문이니 삼가고 또 삼갈 일입니다.
오늘 동한 효를 봅니다.
初九는 舍爾靈龜하고 觀我하야 朶滯니 凶하니라 .
(초구는 너의 신령한 거북을 버리고 나를 보고 입을 벌리니 흉하다.)
초구와 상구는 강한 양으로 나머지 음들을 기릅니다. 능력을 갖추고 음들을 길러야 하는데 초구가 자기 영귀(靈龜; 이슬만 먹고 죽지 않고 오래 사는 전설의 동물)는 버려두고 욕심이 생격 육사 음을 보고 입을 벌립니다. 그래서 흉하답니다. 자기한테 여유 있는 것(영귀)이 있는데 가난한 육사에게 입을 벌려 먹을 걸 달라하니 흉하다는 뜻이랍니다. 그 모습이 妄取虛榮하답니다.
내괘는 우레라 동하니 욕심이 동해 모두 흉하고, 외괘는 산이어서 그치니 욕심을 부리지 않고 그쳐 길합니다. 흠... 착잡한 괘로군요. 공부를 하지 마라는 건지 원... 하지만 역은 두루(周) 변통하는 것(易)이니 가르침을 두려워하면서 받고 좋은 뜻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부는 기르는 것이 되겠군요. 기르는 건 공부도 공부지만 다른 걸 기르는 거잖아요. 그게 뭘까요. 기르되 조심 또 조심하겠습니다. 내가 가진 게 많으니 남의 걸 욕심내지 말고요. 공부도 그렇게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괘의 뜻을 살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