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서 일하며

봉정사(鳳停寺)

무소뿔 2005. 8. 11. 09:27

안동서 이천동 석불 지나 옹천 쪽으로 가다보면 봉정사 가는 길이 보입니다. 옹천은 왕건이 후백제 견훤에게 밀려 고전하는데 이곳 토호들이 왕건을 도와 견훤을 물리쳐 후삼국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곳이랍니다. 길이 좁고 계곡도 많아 아마도 게릴라 전으로 견훤을 물리쳤다고 하더군요.

봉정사는 워낙 명성이 자자하지만 잘 아시는 분의 설명을 들으면서 가봐야 참맛을 알 수 있다고 하여 사실 많이 아껴두었던 절입니다. 가보니 역시 좋더군요. 부석사도 그렇지만 하루에 다 보긴 아쉽습니다. 자세히 공부도 하며 보면 더 좋을 것 같더군요.

의상대사의 종이비행기, 능인대덕의 천등, 최고의 목조건축물, 건축백화점, 마루가 있는 대웅전,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 등 봉정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지요. 저는 그 중에서도 삼성각이 특히 더 좋은데, 우리에게 친숙한 산신령이 호랑이 옆에 두고 앉아 계신 모습이 아주 좋더군요. 봉정사는 앞으로도 틈틈히 가볼 작정입니다. 글은 그렇게 해서 좀더 올리기로 하고 오늘은 사진만 올립니다.


대웅전입니다. 마루도 있고요. 건물 내부의 천정과 탱화들도 기가 막히게 멋있던데... 설명이 좀 달리네요. 한옥은 왠만큼 지식이 있어야 훨씬 재밌게 볼 수 있잖아요.

대웅전 마루입니다. 가부좌 틀고난간에 팔 기대서 만세루 쪽 보면 신선이 따로 없겠지요.


무량해회입니다. 일종의 사무실이라고 보면 되나요?

화엄강당입니다. 여기서 강학이 이루어졌겠지요.

만세루입니다. 허리 숙이고 겸손하게 가람에 와서 대웅전 보며 마음을 비우고 사진에 있는 분들처럼 만세루 턱 앉아서 절구경 괜찮지요? 저렇게 앉아서 보는 것보다 신발 벗고 안에 들어가 북도 보고 만세루 기둥 사이로 바라보는 세상과 자연 모습이 더 좋지요.

만세루 현판입니다.

극락전입니다. 우리 나라 최고 목조건축물이라죠? 자세히 보면 안쪽으로 비스듬히 휘어 곡선인데, 원래는 훨씬 더 멋있는 건물인데 박정희가 개보수하면서 많이 망친 모습이 현재모습이라더군요.

극락전 현판.

극락전 조립방식이 특수하다고 하던데 다 잊어먹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옛날 스님들의 집짓는 솜씨 정말 끝내주었고나 하고 감탄했지요.

이게 뭐더라? 고금당인가...?

극락전 앞 3층 석탑. 고려 중엽에 세워졌답니다.

3층석탑 좀더 크게. 뒤로 고금당이 보이죠?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흠... 이 길이 영선암 가는 길입니다.

영선암은 민가처럼 생겼어요. 그래서 봉정사가 건축백화점이라는 소릴 듣는다죠. 이렇게 건축 형식이 여럿 모여 있어서 말이지요.

영선암 역시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합니다. 맘을 비우는 거겠죠.

삼성각 안에 있는 우리 고유 신앙의 흔적입니다. 산신령과 호랑이, 칠성, 독성을 모시고 있습니다.

이렇게 뒤로 밀려난 우리의 옛모습은 항상 짠~합니다. 불교가 들어오면서 차마 내버리지 못한 우리의 진짜 모습일 수도 있겠지요.

스님들 볼 일 보는 곳. 해우소입니다. 밑으로 떨어지면 거름이 되어 바로 옆 밭으로 가서 작물을 키우고 또 그걸 스님들이 먹습니다. 완전 순환형 구조입니다. 봉정사에서 인상 깊은 것 중 하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