風地觀
9월 25일 음력 8월 4일 丙戌년 丁酉월 丁巳 일주입니다. 겉모습은 월지 酉金이 화 기운에 둘러싸여 핍박받는 것 같은데 巳酉가 합해 丑이 되니 가을이 익는 酉의 계절에 丑土가 전반적인 분위기를 잡고 있지 싶습니다. 천간의 화는 여전히 뜨거운 것처럼 보이니 낮은 한여름 같지는 않아도 제법 더운 날씨가 될까요? 오늘은 가을 이후의 영업에 대해 물었습니다. 어떻게 영양가 있는 영업을 한두 개 성사시킬 수 있을지 하고요. 한 두어 달 잘 놀고 나니 슬슬 불안해지는 게 올겨울 먹고 사는 게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위가 바람 아래가 땅 그래서 풍지관(風地觀) 괘이고 2효와 5효가 동했습니다.
觀 괘는 地澤臨 다음에 오지요. 蠱의 부패한 세상을 다스리기 위해 군림하는 臨괘가 오고 군림해서 커지니 커지면 보게 되는 것이라 觀괘가 나온다고 합니다. ‘본다’는 뜻의 한자가 많지요. 그 중에서도 觀은 눈으로도 보고 귀로도보고 입으로도 보고 내외로도 보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도 보는 것이랍니다. ‘당신은 觀이 없소.’ 또 ‘그는 觀이 있어.’ 할 때의 그 觀입니다. 명상할 때도 觀한다고 하지요. 觀의 뜻을 대충 보았으니 괘사를 봅니다.
觀은 관(씻을 관)而不薦이면 有孚하야 顒若하리라.
(觀은 세수를 하고 (제사를) 올리지 않으면 믿음을 두어서 우러러 보리라.)
괘사는 구오 인군이 아래를 보면서 정치를 하고 있는 모습을 말한다고 합니다. 제사를 지낼 때 세수를 하고 제사를 지내는데, 그 손을 씻을 때가 가장 정성스러운 때라고 합니다. 막상 제사를 지내고 나면 정성이 흐트러진다네요. 그런 것 같네요. 구오 인군이 속임수로 백성을 다스리는 게 아니라 백성이 믿음을 두지 않습니다. 제사 지내기 전 손을 씻는 마음으로 정성으로 믿음을 두면 백성이 그 믿음을 알게 되어 우러러보게 된다는 뜻이랍니다. 상전을 잠시 보면요,
象曰 風行地上이 觀이니 先王이 以하야 省方觀民하야 設敎하니라.
(상전에 이르길, 바람이 땅 위를 행하는 것이 觀이니, 선왕이이 이로써 방소를 살피고 백성을 살펴서 가르침을 베푼다.)
바람이 땅 위로 이리저리 불어 세상 물건이 다 흔들리니 잘 보이고 소리도 난답니다. 바람은 풍속이고 명(命)이고 교(敎)라고 합니다. 명(命)과 (敎) 모두 바람따라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땅에서 방소가 나오고 바람에서 설교가 나오고요.
六二는 규(엿볼 규)觀이니 利女貞하니라.
(육이는 엿보는 것이니 여자의 바름이 이롭다.)
觀괘의 핵심은 구오양을 보는 것입니다. 그러니 육이가 정하고 중을 얻기까지 했지만 구오와 멀리 떨어져 있으니 그저 엿보는 정도랍니다. 옛날 대가집에서 문 밖에서 소리가 나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문틈으로만 엿보던 여자에 해당하네요. 만일 대장부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론 나가서는 안 됩니다. 짐짓 모른체 하고 있어야지요. 엿보는 여자도 여자로서 바른 마음가짐이 먼저이고요. 아무리 그래도 결국 엿보는 건 추하니까요.
九五는 觀我生호대 君子-면 无咎-리라.
(구오는 나의 생김새를 보되, 군자면 허물이 없다.)
觀괘에서는 자기 생김새를 보는 효가 둘입니다. 육삼이 그렇고 구오가 그런데, 육삼이 벼슬을 하기 위해 자기를 한 번 돌아다보는 데 비해 구오는 자기가 한 정치를 스스로 돌아보는 것이랍니다. 그렇게 했는데 군자로서 정치를 잘 했다면 허물이 없는 것이지요. 군자의 생김새는 무엇일까요. 백성을 보는 것입니다. 정말 공자님 말씀입니다.
동한 두 개의 효를 보니 하나는 엿볼 것도 없고 엿보아도 규방의 여자처럼 정숙을 잃으면 안 되고, 또 백성의 모습을 보고 나의 모습을 판별합니다. 그렇게 觀해야 한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바름이 먼저로군요.
오늘 동한 효 2개가 변하니 택수곤(澤水困) 괘가 됩니다. 못에 담긴 물이 다 빠져나가니 곤궁해지는 괘입니다. 괴롭군요. 영업이 시원치 않을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困괘는 오히려 형통하고 바르니 대인이라고 합니다. 곤한 자리에서 아무리 그럴 듯한 말을 해도 사람들이 믿어주지를 않습니다. 그러니 굳이 얘기할 것도 없고 마음으로 형통하고 바르게 나아가랍니다. 곤할 때야말로 사람의 됨됨이가 드러나고 곤궁하면 통하니 겨울은 시련이기도 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계절... 새싹이 돋아나기 위한 생명의 다듬질이기도 합니다. 곤궁하지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