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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괘

뇌산소과(雷山小過)

by 무소뿔 2005. 7. 26.
7월 26일, 음력 6월 21일 癸未월 辛亥 일주입니다. 이 음력 날짜는 저의 생일이지만 일주는 일치하지 않는군요. 나서 60년 후에 일주는 저의 일주와 일치할까요? 요즘은 새벽에 정신을 못 차립니다. 오전 운전에 정신을 못 차리는 게 맞는 표현이겠네요. 그렇게 졸릴 수가 없습니다. 오늘도 영주 도장 갔다 오는 길에 차를 세워놓고 정신없이 자다 왔습니다. 그렇게 비실비실 와서 괘를 지어보니 아래는 산이요 위는 우레 뇌산소과(雷山小過) 괘가 나왔습니다. 동한 효는 5효입니다.


小過니 조금 지나쳤다는 뜻이네요. 風澤中孚에서 남들이 많이 믿어주고 존경을 해주니 조금 지나치게 되었다고 해서 中孚 괘 다음에 小過 괘를 놓았다고 합니다. 괘사를 봅니다.


小過하니 利貞하니

(小過는 형통하니 바르게 해야 이로우니)

可小事-오 不可大事-니 飛鳥遺之音不宜上이오

(작은 일은 가능하되 큰일은 가능하지 않으니, 나는 새가 소리를 남김에 올라가는 것은 마땅하지 않고)

宜下-면 大吉하리라 .

(마땅히 아래로 내려오면 크게 길하리라.)


小過 괘가 나오면 조금 지나치지만 형통하답니다. 물론 바르게 해야 하고요. 하지만 큰일은 형통하지 않습니다. 이 괘가 나오면 크게 벌려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中孚 괘의 믿음은 어미닭이 알을 품어 부화하는 믿음입니다. 믿음이 없이는 어미도 알도 품을 일이 없습니다. 이렇게 中孚로 어미가 알을 품고 있다고 알을 깨고 나온 새가 바로 小過 괘랍니다. 그게 조금 지나쳤다는데, 그 의미는 잘 모르겠네요. 그냥 그렇다 치고 넘어가보죠. 방금 부화한 이 어린 새가 짹짹거리며 나는데(飛鳥遺之音) 그 소리가 꼭대기에서 나면 안 됩니다. 이제 막 깨어난 병아리가 너무 올라가면 추락하고 말겠지요. 그러니 위로 올라가서는 안 됩니다(不宜上). 처지를 알고 적당히 날다가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小過에 이롭습니다. 흠... 이해가 될 듯도 하군요.


상전을 잠시 보지요.


象曰 山上有雷-小過-니 君子-하야

(상전에 이르길, 산 위에 우뢰가 있는 것이 小過이니 君子가 이러한 象을 보고 본받아서)

行過乎恭하며 喪過乎哀하며 用過乎儉하나니라.

( 행동함에 공손함이 지나치며, 喪을 당했을 때 슬픔하는 데 지나치며, 쓰는 것은 검소한데 지나친다.)


過猶不及입니다. 지나쳐서 좋을 게 없지만 세상 사는 데 조금 지나쳐도 좋은 게 세 가지가 있답니다. 첫째 행동하는 데 공손하되 지나친 듯이 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상을 당해 슬퍼하는 데 지나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쓰는 데 지나친 듯 검소하게 쓰는 것도 괜찮다고 하십니다. 흠... 좋은 뜻입니다.


오늘 동한 5효를 봅니다.


六五密雲不雨自我西郊-니 弋取彼在穴이로다.

(육오는 빽빽한 구름에 비가 내리지 않음은 내가 서쪽 교외로부터 함이니, 公이 저 구멍에 있는 것을 쏘아 취하도다.)


음이 육오의 자리까지 차올라왔으니 구름이 꽉 차 있다고 비유합니다. 점을 쳐서 이 자리가 나오면 일이 될 듯 말 듯하면서 결국 안 된다고 합니다. 육오는 은나라의 주(紂)와 문왕을 비유한 것입니다. 혼란한 사회에서 비(평화)가 오길 기다리지만 문왕이 서쪽 유리옥에 있어서는 주(紂)의 폭정을 막지 못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음이 너무 위로 올라갔으니 조금 내려가면 된답니다. 내가 정치를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니 산중 깊이 구멍 속에 숨어 있는 어진 선비(육이)를 찾아내서 자기를 보필하게 하여 선정을 베풀라는 뜻이랍니다(弋取彼在穴). 흠... 오늘 저한테 주는 의미는 무얼까요... 너무 나서지 말고 제 역할을 하는 사람을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런 사람은 등잔 밑이 어둡다고 가까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오늘 잠시 서울에 올라갔다 와야 하는데, 밀린 일 여러 가지가 확 밀려듭니다. 모두 다 중요하니 잘 처리해야지요. 요즘말로 오버하지 말아야겠습니다.